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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병 든 아빠·활기찬 노인 넘치는 '스웨덴 복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0-09-06 조회수 14632
젖병 든 아빠·활기찬 노인 넘치는 '스웨덴 복지'
출산휴가 8주 쓰는 아빠들 '적극적 보육'
노인도 소외된 삶 아닌 즐거운 일상 즐겨
출산서 노후까지 전생애 국가가 보살핌



지난 8월11일 오후 2시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도심인 드로트닝가탄. 한국의 명동과 같은 곳인 만큼 여행객과 시민들이 한데 어울려 거리가 활기차다. 극동의 탐방객에게 매우 낯선 모습은 거리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유모차 부대. 더욱이 유모차를 끄는 이가 대부분 30~40대로 보이는 남자다. 거리에서 갓난아기들을 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남자들이 혼자서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모습은 한국은 물론 유럽의 다른 나라 대도시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다.
평일 낮인데도 도심 곳곳의 크고 작은 공원에는 남자 혼자서 젖병을 들고 아기를 유모차에 태워 다니는 모습을 쉬이 볼 수 있다. 건장한 체구에 수염까지 기른 스웨덴 남성과 이제 서너 달밖에 되지 않은 유모차의 아기가 묘한 대조를 보인다.

이는 바로 복지국가 스웨덴이 자아낸 하나의 '상징적 일상'이다. 아이를 낳으면 출산휴가가 56주다. 이를 여성과 남성이 나눠 쓸 수 있다. 그러나 남자는 의무적으로 적어도 8주를 사용해야 한다. 이 때문에 어머니는 직장에 출근하고, 대신 아버지가 대낮에 아이를 돌보다 보니, 갓난아기를 돌보는 남성이 거리 곳곳에 그렇게 많이 눈에 띈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스웨덴에서도 남녀가 공평하게 보육을 하고 있지는 않다. 남성들의 구실이 더 커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긴 시간 아이를 돌보고 있다. 재미있는 건 축구경기를 하는 날엔 남성들이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경우가 급증한다는 점이다. 스웨덴 남성들의 과열된 축구사랑 때문이다.

종합적으로 보면 그래도 스웨덴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보육과 관련된 남성의 구실이 가장 두드러진 사회이다. 유럽에서 출산율 3위 국가다. 출산이 가족의 삶이나 사회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하는 복지정책 덕택으로 높은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다. 출산휴가정책뿐만 아니라 양성평등정책 차원에서 출산과 관련된 문제가 다루어지고 있다. 최근 여러 정당들이 남성의 의무 육아휴가 기간을 늘리려 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낮에 스톡홀름 길거리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부류는 노인들이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시가지인 스톡홀름의 오덴플란 지역에서도 낮에 노인들이 무척 눈에 띈다. 혼자서 장을 보러 나온 80살 넘은 할머니, 길거리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할아버지. 그리고 젊은 사람들과 나란히 슈퍼마켓 계산대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80대 할아버지. 심지어 보행기에 의존해서 걷는 노인들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스웨덴은 일본과 더불어 세계 최장수 국가이다. 전체에서 5명 중 1명이 노인이다. 그런데 노인들이 소외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생활하기 때문에 슈퍼마켓, 카페, 식당, 도서관 등 도심 곳곳에서 눈에 많이 띄게 된다. 노인들도 다른 인구집단과 마찬가지로 시민으로서 삶을 누리고 있다.

노인복지는 좌파와 우파를 떠나서 스웨덴 정당들이 공통적으로 관심을 갖는 이슈이다. 노인복지를 어떻게 질적으로 발전시킬 것인가를 둘러싼 견해차는 존재하지만, 노인복지를 약화시킨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기존 스웨덴 사회의 합의를 거스르는 것이고, 곧 선거 패배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스톡홀름에서 이른 아침 붐비는 곳이 있다. 바로 프리스쿨이다. 프리스쿨은 만 1살부터 5살 아이들을 보육하는 곳으로 전국에 흩어져 있다. 아침 8시께 직장에 출근하는 여성들이 프리스쿨로 아이들을 데리고 온다. 프리스쿨은 2~3개의 반이 있고, 1개 반은 20명 정도로 이루어진다. 프리스쿨을 이용하는 데는 약간의 비용이 든다. 사립 프리스쿨도 생겼다. 그러나 사립이라고 해서 비용이 부담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비용의 일부를 보조하기 때문이다.
오후 3시가 되면 아이들을 데리러 오는 어머니나 아버지로 또 한 번 프리스쿨 앞이 붐빈다. 보통 어머니가 오전에 아이를 맡기면, 오후에는 아버지가 아이를 데리러 온다. 남성과 여성이 교대로 일을 분담한다. 한국에서는 정말로 보기 힘든 모습이다.

스웨덴에서 중요한 것이 일과 가족생활의 양립이다. 회사에 모든 것을 바치는 인간을 중시하는 동아시아 사회와는 달리 스웨덴에서는 안정된 가족생활이 우선이다. 그래서 아이 때문에 출근시간에 약간 늦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보충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복지는 출산, 보육, 교육, 일, 퇴직과 노후생활로 이어지는 생애 전 과정과 관련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적 위험으로부터 개인과 가족을 보호하고 높은 삶의 질을 보장하는 것은, 비록 좌우파 정당들이 총선을 앞두고 정권쟁탈전을 벌이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정치적 목표인 것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스웨덴 복지국가의 기본 정신은 면면히 흐른다.

스톡홀름/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


한겨레 이창곤 기자 2010-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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