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게시물을 인쇄, 메일발송하는 부분 입니다.
의 게시물 상세내용 입니다.
"피 안 섞여도 마음 나누면 가족이죠"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0-08-13 조회수 14730
"피 안 섞여도 마음 나누면 가족이죠"

어느 '위탁가정'의 신바람 여름휴가
여느 가족의 여름휴가 풍경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이들은 '조금은' 특별한 가족이다. '위탁 아빠' 방영남(54)씨와 '위탁 엄마' 김민자(53)씨가 이들 자매와 함께 보낸 시간은 4년이 채 안 됐다.


2007년 봄 어린이재단 쪽에서 개척교회 목사였던 방씨가 운영하는 노인대학으로 연락이 왔다. "아이들을 맡아줄 위탁 부모가 필요하다"는 도움 요청이었다. 아무도 나서지 않던 차에 방씨 부부는 "마침 아들이 군대에 가서 방도 비었고 적적하던 참"이라며 미경양 자매를 맡기로 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마음이 쉽게 열리지는 않았다. 함께 살게 됐지만 자매는 방문을 잠가 놓는 경우가 많았다. 미경양은 "그땐 어른들이 우리 일을 결정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고, 모든 게 불안해 문을 잠가야 마음이 편했다"고 털어놨다. 두 자매가 겪어온 현실이 그만큼 가혹했기 때문이다.


필리핀 출신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는 미경양이 6살 때 이혼했다. 아버지는 또다른 필리핀 여성과 재혼했지만 그 생활도 오래가지 못하고 결국 2007년 아내 친구를 폭행한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됐다. 친엄마도 재혼해 아이들을 맡지 않겠다고 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살림을 맡았던 미경양은 "그때는 모든 게 무서웠다"고 했다.


"동정심으로 접근하면 안 되더군요." 방씨 부부도 아들과 딸을 키우면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떠올리며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교회 봉사활동도 함께하고, 때론 따끔하게 혼도 내며 아이들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자매는 이제 학교생활에서도 안정을 찾게 됐고 꿈도 생겼다. 국사 과목을 좋아하는 미경양은 국사선생님이 되고 싶어하고, 지난해부터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한 미진양은 태권도 선수나 사범이 되고 싶다고 했다. 방씨는 "아이들이 대학에도 가고, 좋은 사람 만나 결혼했으면 하는 바람밖에 없다"고 했고, 부인 김씨도 "아이들이 기죽지 않고 떳떳하게 살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우리 몫"이라고 말했다.


3박4일 일정으로 떠난 이번 여름휴가에는 방씨 부부와 미경양 자매, 방씨의 친딸과 예비사위 등 6명이 동행했다. 두 자매는 여느 자매들처럼 방씨의 친딸을 '언니'라고 부르며 예쁜 수영복, 다이어트 등을 화제로 이야기꽃을 피웠고, 모래사장에서 장난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김씨는 "아이들이 한번은 '가족이 뭔지 알겠다'고 하더라고요. 피 안 섞여도 슬플 때 같이 있고, 어려울 때 머리 맞대고 고민하면 그게 가족이죠"라며 활짝 웃었다.


강릉/글·사진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기사등록 : 2010-08-03 오후 09:04:22 기사수정 : 2010-08-03 오후 09:40:14

ⓒ 한겨레 (http://www.hani.co.kr).
download : 첨부된 파일이 없습니다.
이전글 :   혼자사는 노인 100만가구 넘었다
다음글 :   추경 전 예산의 집행은 가능한가?
리스트
게시물 수 : 1,441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수
1441 추경 전 예산의 집행은 가능한가?   관리자 20.05.06 27,279
1440 현물후원시 후원가액 산정을 위한 검토   관리자 20.04.03 28,836
1439 사회복지시설의 의무교육   관리자 19.05.23 25,818
1438 연말정산은 언제까지 지급해야하는 것일까?   관리자 19.04.10 40,553
1437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른 후원금 관리   관리자 19.01.28 28,218
1436 사회복지시설의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 적용   관리자 19.01.17 27,207
1435 건강진단(건강검진) 후 서류의 제출 및 보관   관리자 18.11.20 31,582
1434 사회복지시설 집단급식소(경로식당: 물품구매) 입찰 방법 검토   관리자 18.02.27 29,698
1433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검토   관리자 18.02.05 28,805
1432 [복지소식] 월 207시간 근로, 사회복지사 처우개선 시급   관리자 17.09.11 29,851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