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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안 섞여도 마음 나누면 가족이죠"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0-08-13 조회수 14614
"피 안 섞여도 마음 나누면 가족이죠"

어느 '위탁가정'의 신바람 여름휴가
여느 가족의 여름휴가 풍경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이들은 '조금은' 특별한 가족이다. '위탁 아빠' 방영남(54)씨와 '위탁 엄마' 김민자(53)씨가 이들 자매와 함께 보낸 시간은 4년이 채 안 됐다.


2007년 봄 어린이재단 쪽에서 개척교회 목사였던 방씨가 운영하는 노인대학으로 연락이 왔다. "아이들을 맡아줄 위탁 부모가 필요하다"는 도움 요청이었다. 아무도 나서지 않던 차에 방씨 부부는 "마침 아들이 군대에 가서 방도 비었고 적적하던 참"이라며 미경양 자매를 맡기로 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마음이 쉽게 열리지는 않았다. 함께 살게 됐지만 자매는 방문을 잠가 놓는 경우가 많았다. 미경양은 "그땐 어른들이 우리 일을 결정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고, 모든 게 불안해 문을 잠가야 마음이 편했다"고 털어놨다. 두 자매가 겪어온 현실이 그만큼 가혹했기 때문이다.


필리핀 출신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는 미경양이 6살 때 이혼했다. 아버지는 또다른 필리핀 여성과 재혼했지만 그 생활도 오래가지 못하고 결국 2007년 아내 친구를 폭행한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됐다. 친엄마도 재혼해 아이들을 맡지 않겠다고 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살림을 맡았던 미경양은 "그때는 모든 게 무서웠다"고 했다.


"동정심으로 접근하면 안 되더군요." 방씨 부부도 아들과 딸을 키우면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떠올리며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교회 봉사활동도 함께하고, 때론 따끔하게 혼도 내며 아이들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자매는 이제 학교생활에서도 안정을 찾게 됐고 꿈도 생겼다. 국사 과목을 좋아하는 미경양은 국사선생님이 되고 싶어하고, 지난해부터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한 미진양은 태권도 선수나 사범이 되고 싶다고 했다. 방씨는 "아이들이 대학에도 가고, 좋은 사람 만나 결혼했으면 하는 바람밖에 없다"고 했고, 부인 김씨도 "아이들이 기죽지 않고 떳떳하게 살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우리 몫"이라고 말했다.


3박4일 일정으로 떠난 이번 여름휴가에는 방씨 부부와 미경양 자매, 방씨의 친딸과 예비사위 등 6명이 동행했다. 두 자매는 여느 자매들처럼 방씨의 친딸을 '언니'라고 부르며 예쁜 수영복, 다이어트 등을 화제로 이야기꽃을 피웠고, 모래사장에서 장난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김씨는 "아이들이 한번은 '가족이 뭔지 알겠다'고 하더라고요. 피 안 섞여도 슬플 때 같이 있고, 어려울 때 머리 맞대고 고민하면 그게 가족이죠"라며 활짝 웃었다.


강릉/글·사진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기사등록 : 2010-08-03 오후 09:04:22 기사수정 : 2010-08-03 오후 09:4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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